26번째 헌혈. 그리고 조혈모 세포 기증

2025년 3월.
26번째 헌혈을 마쳤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헌혈의 집 방문이었다.
조혈모세포 기증신청서를 작성했다.
헌혈을 시작했을 당시에도 알고 있던 조혈모세포 기증.
10여 년 전이었던 당시엔, 조혈모세포 기증신청을 하게 되면
엉덩이 조금 위쪽 골반 부분에 두꺼운 바늘을 꽂는다는 절차를 듣곤 했다.
무서웠다.
그래서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나보다 더 큰 고통으로 하루하루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차마 그 고통을 이겨내면서까지 기증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 해보겠다며
두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헌혈의 집을 찾아 전혈을 하기 시작한 게 어느덧 26번째 헌혈이 됐다.
수치가 부족해 퇴짜를 맞으면 며칠 뒤 또다시 찾고 또다시 찾고.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살이 붙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건강을 되찾은 이후엔 퇴짜는커녕 400ml의 헌혈을 해도 끄떡이 없다.
변화는 내 몸에만 있는 건 아니다.
조혈모세포 채취가 엉덩이 위쪽 아닌 통상 혈소판 헌혈을 할 때처럼 팔에 바늘을 꽂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혈관이 약한 경우 대퇴근이나 쇄골 쪽에서 채취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과거의 방식보다는 나은 게 아닌가.
그 사실을 접한 후 헌혈의 집을 찾을 오늘만을 기다렸다.
전혈 성분검사를 하며 조혈모세포 기증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신청 직후 바로 일치자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제한 나이가 드는 순간까지도 일치자가 나타나지 않고 기증신청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주셨다. 2번 기증에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이 한 몸 가기 전에, 적어도 한 명의 목숨만큼은 살리고 가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세상에 태어나 홀로 누리다 가지 않도록, 값진 그런 삶이었다 말할 수 있게 필요한 곳에 희망이 될 수 있기를.
장기기증 서약에도 동의를 했지만 조혈모세포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일로 다가온다. 꼭 도울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두 번이 건 세 번이 건 좋으니까 아픈 이들이 꼭 회복하고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언제나 쓰임 있는 삶.
가치를 만드는 일.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